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집에서 찐 옥수수가 왜 시장 것보다 맛이 없는지 몰랐습니다. 엄마가 밭에서 갓 딴 옥수수를 한 가득 보내줘도 막상 쪄놓으면 단맛이 빠져 있더라고요. 그 이유를 알고 나서야 4월 파종부터 찌는 법까지, 옥수수 한 통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어떤 품종을 심을까
텃밭에 옥수수를 처음 심으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고민이 품종 선택입니다. 시장에서 파는 찐 옥수수는 크게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찰옥수수는 겉이 하얗거나 보라색, 회색 등이 섞인 색을 띠는 품종입니다. 단맛보다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주를 이루고, 씹을 때 쫀득하고 찰진 식감이 특징입니다. 반면 초당옥수수는 당도육종(糖度育種)으로 개발된 품종입니다. 당도육종이란 작물의 당 함량을 높이기 위해 유전적으로 선별한 육종 기술을 말합니다. 덕분에 초당옥수수는 수분이 많고 한 입 베어 물면 아삭하게 터지며 강한 단맛이 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초당옥수수 쪽이 입맛에 더 맞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초당옥수수를 선호합니다.
텃밭 면적이 좁다면 미니 찰옥수수처럼 초장(草丈)이 짧게 자라는 품종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초장이란 땅에서 식물 끝까지의 키를 말하는데, 일반 옥수수는 2m 가까이 자라 주변 작물에 그늘을 드리울 수 있습니다. 작은 텃밭이라면 미니 찰옥수수를 심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4월 파종이 중요한 이유
옥수수는 7월 초까지도 파종이 가능하지만, 4월에 파종하는 것과 그 이후에 파종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4월에 씨앗을 심으면 장마 초입에 수확을 마칠 수 있습니다. 장마철에 옥수수를 수확하지 못하고 있으면 꼭지가 썩거나 곰팡이가 피기 쉬워 재배 실패 확률이 크게 올라갑니다. 저희 엄마가 실제 옥수수를 심어보셨는데 이 타이밍 차이가 생각보다 결과를 크게 바꾼다고 합니다.
직파(直播)는 씨앗을 밭에 바로 뿌리는 방법입니다. 옥수수는 이식을 싫어하는 작물이라 직파가 기본입니다.
또한 4월 초에 파종했다면 냉해(冷害) 피해를 조심해야 합니다. 냉해란 작물이 저온에 노출되어 입는 생육 장해를 말합니다. 간단한 비닐 터널이라도 씌워두면 발아 초기의 냉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4월에 파종하면 장마 직전에 수확하게 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수확 직후 바로 먹지 않으면 단맛이 눈에 띄게 빠집니다.
이건 옥수수의 생화학적 특성 때문입니다. 옥수수는 수확 직후부터 낟알 속의 당분이 전분(澱粉)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전분이란 포도당이 긴 사슬 형태로 결합된 탄수화물입니다. 쉽게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단맛이 사라지고 낟알이 딱딱해지는 것입니다. 수확 후 상온에서 하루만 지나도 당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점은 농촌진흥청 자료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농사로).
시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옥수수가 그렇게 달콤한 이유가 있습니다. 뉴슈가 같은 인공감미료를 찌는 물에 넣는 것입니다. 인공감미료를 쓰는 것이 단순히 단맛을 내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설탕을 넣으면 옥수수 표면이 끈적이지만 뉴슈가는 옥수수 고유으이 구수함은 지키고, 먹기 좋은 단맛을 내는 것이죠. 옥수수가 쪄지는 동안 당 전분 전환으로 빠져나간 풍미를 보완하는 역할도 합니다.
집에서 제대로 찌는 법, 이것만 알면 됩니다
보통은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옥수수를 찌면 실패가 없습니다. 저도 몇 번 연습하고 이제 이 방법으로 옥수수를 찝니다.
- 겉껍질은 다 벗기되 가장 안쪽 얇은 속껍질 2~3장은 남겨둡니다. 이 껍질이 찌는 동안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탱탱한 낟알을 만들어줍니다.
- 옥수수 수염도 버리지 말고 그대로 둡니다. 함께 찌면 구수하고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 냄비에 옥수수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굵은 소금 1숟갈과 뉴슈가 1~2숟갈을 넣어 잘 풀어줍니다.
- 뚜껑을 닫고 센 불에서 20~25분 삶은 뒤, 불을 끄고 10분 뜸을 들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뜸을 들이는 10분이 생각보다 크게 차이를 만들더라고요. 뚜껑을 바로 열면 수분이 한꺼번에 날아가 낟알이 쪼그라드는데, 뜸을 들이면 수분이 낟알 안에 다시 스며들어 탱탱하게 살아납니다. 막 쪄낸 옥수수의 맛은 정말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4월이 지나면 파종 기회를 놓치는 작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옥수수도 그중 하나입니다. 품종을 정하고 씨앗을 구해두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시작한 셈입니다. 수확한 옥수수를 위 방법대로 쪄서 드셔보시면 시장 것 못지않은 맛을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텃밭에 도전하신다면 4월 안에 꼭 한 번 심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