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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세월 사랑받는 한국 과자 (스테디셀러, 단짠 마케팅, 글로벌 수출)

by infotoyou 2026. 5. 28.

 

여행 가방을 쌀 때 새우깡이나 바나나킥 한 봉지쯤 넣어본 적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왜인지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이 과자들이 없으면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거죠. 어릴 때부터 손에 쥐고 먹어온 것들이라 그런지, 먹는 순간 그냥 편안해집니다. 새우깡, 빼빼로, 바나나킥. 이 세 가지가 왜 수십 년째 팔리고, 심지어 지금은 해외에서도 찾는 과자가 됐는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 맛보다 기억

과자 한 봉지에 500원짜리 동전 하나면 됐던 어린 시절, 저는 동생이랑 가위바위보로 과자를 나눠 먹었습니다.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를 두고 진지하게 승부를 벌였으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지만 그 당시엔 꽤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 기억 속에 항상 새우깡이 있었고, 소풍 가방에는 바나나킥이 있었습니다.

이 과자들이 스테디셀러(steady seller)로 자리 잡은 데는 맛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테디셀러란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는 제품을 말하는데, 단순히 맛이 좋다고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에 반복 구매 습관을 형성하려면, 제품이 감각 기억(sensory memory)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감각 기억이란 맛, 냄새, 식감 같은 감각 자극이 특정 경험이나 감정과 결합되어 오래 남는 기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새우깡 냄새를 맡으면 어릴 때 소풍이 생각나는 그 현상입니다.

1971년 농심에서 출시된 새우깡은 현재 연간 수백억 원어치가 팔리는 독보적인 과자입니다(출처: 농심 공식 홈페이지). 이 과자의 제조 방식이 특이한데, 기름에 튀기지 않고 가열된 소금의 복사열을 이용해 반죽을 순간적으로 팽창시키는 방식입니다. 이 공법을 염열팽화(鹽熱膨化)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달궈진 소금 위에서 반죽이 부풀어 오르며 기름기 없이 파삭한 식감을 완성한다는 뜻입니다. 과자 한 봉지에 서해안산 생새우 4~5마리가 갈려 들어가 감칠맛의 원천이 됩니다. 제가 직접 성분표를 확인해봤는데, 인공 향료보다 실제 새우 함량이 높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1978년 출시된 바나나킥은 당시 고급 과일로 여겨졌던 바나나의 향을 과자에 담았다는 점에서 시대를 읽은 제품입니다. 입에 넣으면 달콤하면서도 사르르 녹는 식감이 특징인데, 딱딱하지 않아서 어린아이부터 치아가 약한 어르신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자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이 세 과자가 공통으로 가진 속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출시 40~50년이 넘었음에도 패키지와 맛의 기본 정체성을 유지 중
  • 기름에 튀기지 않거나 독특한 제조 방식으로 차별화된 식감 보유
  • 소비자의 어린 시절 기억과 연결된 감각 기억 형성
  • 세대 구분 없이 접근 가능한 맛과 식감 설계

단짠 마케팅

빼빼로를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냥 그랬습니다. 초코 막대 과자가 별거겠냐 싶었거든요. 그런데 1983년 롯데제과 출시 이후 빼빼로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맛 이전에 마케팅 전략 때문이었습니다.

빼빼로 데이는 브랜드 주도형 기념일 마케팅(cause-related marketing)의 교과서 사례로 꼽힙니다. 이 방식은 특정 날짜나 사회적 명분과 제품을 연결해 소비자의 자발적 구매를 유도하는 전략인데, 11월 11일 숫자 모양이 빼빼로와 닮았다는 단순한 연상을 문화적 이벤트로 발전시킨 것입니다. 대중에게 이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빼빼로 데이 시즌이 되면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에서 집어 들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나 튀르키예 같은 나라에서 한국 과자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프랑스 과자는 대부분 달콤한 맛 위주이고 짠맛과 단맛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른바 단짠 개념이 없다고 합니다. 단짠이란 달고 짠 맛이 동시에 느껴지는 맛의 조합을 말하는데, 꼬북칩 볶음맛이나 감자칩 종류에서 이 조합이 두드러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맛의 조합이 문화권에 따라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이요.

글로벌 수출로 세계화

한국 과자의 글로벌 수출 현황을 보면 생각보다 규모가 큽니다. 새우깡은 'Shrimp Crackers'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의 월마트, 코스트코에도 입점해 있습니다. 빼빼로는 현재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와 카자흐스탄 시장에서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이 수출 성과는 단순히 제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류 콘텐츠와 함께 한국 식품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진 효과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로 바나나킥은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언급한 뒤로 해외 팬들 사이에서 급격히 유명해진 사례가 있습니다. 광고 모델의 인지도가 제품 구매 전환율(conversion rate)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전환율이란 상품을 인지한 소비자가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을 말합니다. 한국 과자 마케팅이 연예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편의점에서 외국인이 과자를 기념품처럼 집어 가는 모습은 이제 정말 흔해졌습니다. 제가 편의점에서 직접 목격한 장면인데, 새우깡이나 바나나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외국 여행객들이 있었습니다. 패키지에 한국어만 적혀 있어 내용을 알 수 없는데도 이미지와 색감만으로 손을 뻗는 것을 보면서, 이 과자들이 언어 장벽을 넘는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 용돈을 쥐고 과자 하나를 고르던 그 설렘이, 지금은 세계 어딘가의 누군가에게도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묘한 기분이 듭니다. 새우깡, 빼빼로, 바나나킥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과 감각이 담긴 식품 문화재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이 과자들이 새로운 맛이나 라인업을 추가하더라도 기본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 몇 세대가 더 지나도 여전히 가방 한켠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편의점 진열대에서 이 과자들을 보게 된다면, 한 봉지 집어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오랜 기억을 소환하는 데 이만한 게 없거든요.


참고: https://youtu.be/O42ed6FtPzs?si=QfdMuzZd0oPVGw1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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