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추억의 센베이 전병 (센베이 전병 유래, 종류, 보관법)

by infotoyou 2026. 6. 22.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저는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누비던 어린 시절로 훅 돌아갑니다. 바로 센베이, 우리가 흔히 전병이라 부르는 그 과자 냄새입니다. 어릴 적에는 그냥 맛있어서 먹었는데, 어른이 된 지금 다시 찾게 되는 건 단순히 맛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센베이 전병의 유래

센베이라는 명칭은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밀가루나 쌀가루 반죽을 얇게 구워 만든 전통 과자를 뜻합니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한반도에 유입된 화과자(和菓子)가 우리 식재료와 입맛에 맞게 변형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화과자란 일본 전통 방식으로 만든 과자류를 통칭하는 말로, 주로 쌀가루, 팥, 설탕 등을 활용해 만들어집니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센베이는 쌀가루를 구워 짭조름하고 단단한 질감이 특징인 반면, 우리나라에서 정착한 센베이는 밀가루에 설탕과 달걀을 섞어 반죽하기 때문에 훨씬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두 나라 과자를 비교해봤는데, 솔직히 처음엔 같은 이름인데 왜 이렇게 다르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같은 이름이지만 완전히 다른 과자로 진화한 셈입니다.

전병 과자는 직화(直火) 방식으로 굽는 것이 핵심입니다. 직화란 가스나 숯불의 불꽃이 재료에 직접 닿아 가열하는 조리 방식으로, 오븐처럼 간접열로 익히는 것과 달리 순간적으로 높은 온도를 가해 수분을 빠르게 증발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기름을 전혀 쓰지 않아도 극강의 바삭한 식감이 완성됩니다. 회전식 무쇠 철판에 반죽을 한 스푼씩 올리고 무거운 뚜껑으로 꾹 눌러 구워내는 방식인데, 실제 만드시는 분들께서는 1시간만 해도 어깨가 빠질 것 같이 힘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전병의 종류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 있는 센베이 전병의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채전병: 둥글고 얇은 반죽을 부채 모양으로 구운 뒤 파래김 가루를 솔솔 뿌린 과자. 단짠 조합으로 전병 중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저도 이 부채전병을 가장 좋아합니다.
  • 생강전병: 길고 동그랗게 말린 모양에 하얀 설탕 가루가 덮인 과자. 반죽에 생강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어 알싸한 풍미가 납니다.
  • 오란다: 동글동글한 과자 알갱이를 조청이나 물엿으로 네모나게 버무려 굳힌 강정(强精) 스타일의 과자. 강정이란 곡물이나 견과류를 튀기거나 볶은 뒤 조청으로 엉겨 붙여 굳힌 한과의 일종입니다.
  • 땅콩전병: 평평하고 둥근 동전 모양 반죽 안에 통 땅콩이나 검은깨가 박혀 있는 과자. 씹을 때마다 견과류의 고소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전병류 과자는 조선 후기부터 궁중과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과정류(果飣類)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으며, 근대화 이후 일본식 제과 기술과 결합하며 대중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노포 장인 부부와 전병의 보관법

어딘가에서 오래된 과자 가게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는 한동안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새벽 2시부터 일을 시작해 하루 종일 과자를 굽는 노부부. 남편이 40년 넘게 손에 쥐어온 과자 틀은 낡았지만, 그가 두드리는 반죽의 리듬은 자로 잰 듯 정확합니다. 수천, 수만 번의 두드림 끝에 몸에 새겨진 박자란 게 있는 것이 저런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인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이 가게에서는 전병과 함께 13가지 종류의 과자를 직접 굽는데, 그 중에서도 생강전병은 메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활용한 공정이 특히 까다롭습니다. 메이야르 반응이란 당류와 아미노산이 열을 만나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유의 향미가 생성되는 화학 반응으로, 빵이나 구운 고기에서 나는 구수한 향의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생강전병은 끓이고 말리는 과정을 3일에 걸쳐 반복해야만 이 반응이 제대로 발현되어 특유의 깊은 풍미가 완성됩니다. 이 나이 먹도록 할 일이 있다는 게 좋다던 부부의 말이 괜히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센베이 과자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밀폐입니다. 전병은 수분 흡습률(吸濕率)이 높은 과자입니다. 흡습률이란 외부 공기 중의 수분을 얼마나 빠르게 빨아들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공기 중에 그냥 두었을 때 금방 눅눅해집니다. 직화로 순식간에 수분을 날려 바삭함을 만들어낸 과자인 만큼, 그 바삭함을 유지하려면 공기 차단이 필수입니다. 지퍼백보다는 밀폐 용기에 넣어두는 편이 훨씬 오래갑니다. 제 경험상 제대로 밀폐하면 2주 가까이 바삭함이 유지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과자류 식품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전병류는 수분 함량 기준이 엄격히 관리되며, 이는 식감과 유통기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이 때문에 장인들이 직화 온도와 누르는 압력을 감각으로 조절하는 것 자체가 품질 관리의 핵심이 됩니다.

전병은 음료 페어링(pairing)도 어울리는 조합이 다양합니다. 페어링이란 음식과 음료가 서로의 맛을 상호보완하거나 끌어올리도록 조합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뭐든 커피랑 먹는 편인데, 제 경험상 전병만큼은 따뜻한 녹차나 우유와 먹을 때 과자 본연의 맛이 더 잘 살아납니다. 과자에 버터나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아 음료의 맛을 크게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병 과자는 요즘 선물용 포장 세트로도 잘 나와 있어서, 어르신들께 드리기에도 정말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그냥 봉지에 담아 사던 과자가 이제는 고급스러운 선물 박스에 담겨 나옵니다. 세월이 흘러도 맛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시장 골목 어딘가에 아직도 새벽부터 반죽을 두드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왠지 마음을 든든하게 합니다. 어릴 적 할머니와 먹던 그 맛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다는 것도요. 혹시 오래된 시장 근처를 지나게 된다면 한번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뜨거운 철판 위에서 막 구워 나온 전병 한 조각이 추억의 어느 때로 데려가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Nw1UR7T0vSI?si=d3FW6RvxPdcq1gas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