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어릴 때 문방구 간식이 왜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는지 그냥 넘겼습니다. 어른들이 사먹지 말라고 할수록 더 간절해졌던 그 맛이 문득 그리워졌는데요. 90년대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100원짜리 아폴로를 쥐고 서있던 기억, 여러분도 하나쯤 갖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그 시절 '불량식품'이 지금의 Z세대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는지, 추억과 현재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100원짜리 아폴로,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 후문 바로 앞에는 꽤 큰 문방구가 있었습니다. 학용품부터 떡볶이, 튀김, 그리고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주머니 간식까지 팔던 그 공간이야말로 방과 후 최고의 해방구였습니다. 당시 어른들은 하나같이 "그거 불량식품이야, 먹지 마"라고 하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아마도 인공색소와 자극적인 향신료를 과하게 쓴 탓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아폴로'입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빨대 안에 딸기, 사과, 파인애플 맛의 부드러운 앙금이 들어있었는데, 그걸 얼마나 깔끔하게 빼먹느냐가 일종의 스킬 자랑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 빨대 끝을 살짝 눌러가며 내용물을 쭉 밀어 올려 먹던 그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는데, 그 달착지근한 앙금 맛은 지금의 어떤 고급 디저트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폴로는 2010년에 오리지널 생산이 중단되었고, 현재는 중국산 제품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가격도 과거 100원에서 지금은 1,000원에서 1,500원대까지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해도 10배 이상 오른 셈인데, 그래도 이 간식을 찾는 이유는 맛보다 '기억' 때문이 아닐까요? 식품 산업에서 이를 '노스탤지어 마케팅(Nostalgia Marketing)'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노스탤지어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과거 감정을 자극해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전략으로, 단순한 복고 트렌드와는 달리 감정적 연결이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 아폴로: 2010년 오리지널 생산 중단, 현재 중국산으로 대체, 가격 1,000~1,500원대
- 밭두렁·논두렁 스낵: 오독오독한 식감에 짭쪼름하고 고소한 맛, 지금도 판매 중
- 쫀드기류(호박꿀맛나, 맛기차콘): 연탄불·가스버너에 구워 먹던 문방구의 상징
문방구 안 그 연탄불, 쫀드기의 진화
제가 다니던 문방구 안에는 늘 연탄불이나 가스버너 같은 게 놓여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학교 앞 가게에 불이 활활 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그 불 위에서 구워지던 '호박꿀맛나'와 '맛기차콘'의 냄새는 아직도 생각납니다. 호박꿀맛나는 주황색 쫀득이 안에 달콤한 호박 꿀 시럽이 들어있는 구조였는데, 불에 달구면 속의 꿀이 뜨거워져 한 입 베어 물 때 흘러나오는 그 온기가 묘하게 중독적이었습니다.
맛기차콘은 노란색과 갈색 줄무늬가 교차하는 얇은 쫀드기였는데, 살짝 구운 뒤 결대로 얇게 찢어 먹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지금도 이 간식들은 판매 중입니다만, 오늘날의 쫀드기는 그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치즈, 바비큐, 마라 시즈닝 파우더를 뿌려 먹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불에 직접 구워 먹던 원초적인 방식 대신 자극적인 맛으로 승부를 보는 형태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결대로 찢는 재미 자체가 없어진 건 아닌가 싶어서요.
이 변화는 단순한 맛의 진화가 아니라 '관능적 식감(Sensory Texture)'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달라진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관능적 식감이란 식품을 먹을 때 시각, 청각, 촉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달되는 감각 경험을 의미합니다. 찢고, 굽고, 벗기는 행위 자체가 맛의 일부가 되던 시절에서, 지금은 시즈닝의 강도와 자극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달고나입니다. 예전 문방구 앞 가판대에서 아무렇지 않게 팔리던 달고나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흥행 이후 외국인들에게 '코리안 트래디셔널 스위트'로 각광받으며 개당 최대 7,000원까지 가격이 오른 고급 간식이 되었습니다.
- 호박꿀맛나: 주황색 쫀드기 + 호박 꿀 시럽, 불에 구워 먹는 방식이 핵심
- 맛기차콘: 줄무늬 얇은 쫀드기, 결대로 찢어 먹는 재미가 매력
- 달고나: 문방구 100원 간식 → 오징어 게임 이후 최대 7,000원짜리 프리미엄 간식으로 변신
Z세대는 왜 마라와 동결건조에 열광할까요?
요즘 문방구나 편의점 앞 간식 코너를 들여다보면 저는 솔직히 낯섦을 먼저 느낍니다. 곤약, 라티아오, 마라 팽이버섯, 심지어 마라 소스에 절인 닭발까지 진열되어 있거든요. 제 경험상 이건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Z세대가 '자극의 강도'를 간식 선택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신맛 간식인 '짱셔요' 류가 5단계 레벨 시스템을 도입해 혀가 마비될 정도의 자극을 도전으로 즐기는 구조가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동결건조(Freeze-Drying) 기술의 확산입니다. 동결건조란 식품을 얼린 상태에서 진공 환경을 만들어 얼음이 액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수증기로 날아가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수분만 쏙 빼고 공기층을 남기는 방식인데, 그 결과 바삭하고 가벼운 식감에 맛은 오히려 더 농축됩니다. 라면 스프나 믹스커피 속 원두 가루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쓰인 기술이지만, 지금 10대들은 이걸 젤리와 캔디, 과일에 적용한 간식으로 SNS에서 즐기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꿀젤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냉동실에 얼려 먹는 꿀젤리는 굳힌 꿀을 쫀득한 식감으로 즐기는 형태인데, 맛보다 비주얼과 '먹는 과정'이 콘텐츠가 된 Z세대 특유의 소비 방식을 잘 보여줍니다. 컵떡볶이가 컵마라탕으로, 꼬치가 마라꼬치로 바뀐 흐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라 특유의 얼얼한 자극을 '마비감(Numbness)'이라 하는데, 이는 혀의 통증 수용체를 일시적으로 둔화시켜 독특한 쾌감을 주는 원리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90년대의 불에 굽는 쫀드기가 Z세대에게는 마라꼬치와 동결건조 젤리로 대체된 셈입니다. 형태는 달라도 '자극을 즐기는 문화'는 세대를 초월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동결건조 간식: 수분 제거 후 바삭한 식감, 맛 농축 효과, SNS 비주얼 콘텐츠로 인기
- 꿀젤리: 냉동 후 쫀득한 식감, 먹는 과정 자체가 Z세대 콘텐츠
- 마라 간식(곤약·라티아오·마라꼬치): 얼얼한 자극의 중독성이 Z세대 취향 정조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잘 사먹지 않지만, 가끔 문방구 앞을 지나다 낯선 중국 간식들 사이에서 밭두렁이나 아폴로를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손이 갑니다. 100원, 200원을 모아 하나씩 사먹던 그 시절이 얼마나 단순하고 행복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불량식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그게 다 그때의 기억이고, 그 기억이 지금 이 간식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오래된 추억의 간식이 떠오른다면, 한번 검색해 보세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아직 팔리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오늘 미처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문방구 불량식품들을 이어서 다뤄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