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왕 꽈배기 한 개에 250원. 처음 이 가격을 접했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수십 년째 이 가격을 유지하는 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돌아다니던 기억을 불쑥 꺼내놓았습니다. 꽈배기와 찹쌀도넛. 우리 곁에 너무 오래 있어서 오히려 그 매력을 잊고 사는 간식입니다.
전통간식 찹쌀도넛과 꽈배기
꽈배기와 찹쌀도넛을 처음 좋아하게 된 건 제가 초등학생 때였습니다. 저희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유독 좋아하시던 간식이었는데, 시장에 가면 꼭 이 두 가지를 같이 파는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셨습니다. 막 기름에서 건져낸 찹쌀도넛을 한 입 베어 물면 겉은 달콤한 설탕이 바스라지고 속은 따뜻하고 쫄깃했던 그 느낌, 지금도 선명합니다.
꽈배기는 발효 반죽(이스트 발효 반죽)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발효 반죽이란, 이스트균이 밀가루 속 당분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생성하고, 그 기체가 반죽 내부를 부풀리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튀겼을 때 겉은 바삭하되 속은 결이 살아 있는 부드러운 식감이 나옵니다. 단순히 밀가루를 기름에 튀긴 것과는 완전히 다른 구조가 되는 거죠.
찹쌀도넛은 구조가 또 다릅니다. 찹쌀가루 특유의 아밀로펙틴(amylopectin) 성분이 핵심입니다. 아밀로펙틴이란 전분을 구성하는 분자 중 가지가 많이 뻗은 구조를 가진 성분으로, 물과 결합하면 강한 점탄성을 만들어냅니다. 쉽게 말해 찹쌀이 일반 쌀보다 훨씬 쫄깃하고 끈기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성분 때문입니다. 튀기는 과정에서 반죽 내부의 수분이 기화하며 팽창하고, 겉껍질은 단단해지면서 속은 촉촉함을 유지하게 됩니다. 먹는 순간과 식은 뒤의 식감이 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찹쌀도넛을 제대로 만들려면 달라붙지 않도록 기름 속에서 끊임없이 저어주는 과정이 필수입니다. 제가 직접 집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는데, 조금만 방심하면 서로 붙거나 한쪽만 탔습니다. 달인의 경지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더라고요.
왜 지금 다시 인기일까 — 식감과 포지션의 문제
요즘 꽈배기나 찹쌀도넛을 보면 저는 자연스럽게 츄러스와 비교하게 됩니다. 츄러스는 스페인에서 유래한 간식으로, 슈 반죽(pâte à choux)을 별모양 깍지에 짜서 튀겨낸 것입니다. 슈 반죽이란 버터와 물을 끓인 뒤 밀가루와 달걀을 섞어 만드는 반죽으로, 튀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비어 있는 가벼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꽈배기와 외형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쫄깃함과는 분명히 다른 방향입니다.
제 경험상 이 쫄깃함이 한국 소비자에게 유독 강하게 어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음식 문화 전반에 '쫄깃함'에 대한 선호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거든요. 떡, 순대, 쫄면 등 쫄깃한 식감의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것이 그 방증입니다. 반면 미국의 전통적인 이스트 도넛(yeast donut)처럼 과도하게 달거나 기름지지 않기 때문에 질림이 적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이스트 도넛이란 발효 과정을 통해 부풀린 뒤 튀겨내는 방식의 도넛으로, 글레이즈드 도넛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반응은 다를 수 있습니다. 단팥 소에 대한 호불호가 꽤 뚜렷하고, 찹쌀 특유의 끈기 있는 식감도 낯설게 느끼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단팥 대신 모짜렐라 치즈나 크림치즈를 넣은 변형 버전이 전문점을 중심으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 간식이 현대적인 필링(filling)과 결합하는 방향은 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입니다.
찹쌀도넛과 꽈배기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밀로펙틴 기반의 쫄깃한 식감이 한국인의 식감 선호와 맞닿아 있음
- 미국식 도넛 대비 당도가 낮아 부담이 적음
- 재래시장이 관광지로 재조명되며 자연스럽게 노출 빈도가 증가함
- 필링 다양화(치즈, 크림 등)로 젊은 층 진입 장벽이 낮아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길거리 음식과 전통 간식을 포함한 분식 시장은 외식 산업에서 꾸준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재래시장 방문객 수 회복과 함께 관련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성비 간식 : 250원짜리 꽈배기가 가능한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대왕 꽈배기 한 개 250원, 찹쌀도넛 250원, 고로케와 옛날 찐빵이 500원. 원재료비와 인건비, 기름값이 오를 대로 오른 지금 이 가격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거기에 매년 쌀 나눔까지 실천하고 있다고 하니, 손님들이 오히려 가게를 걱정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가게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건 기술과 열정이 동시에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반죽의 글루텐(gluten) 구조를 이해하고 온도와 시간에 따라 손을 쉬지 않는 숙련도, 그것이 저렴한 가격과 맛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서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탄성 네트워크로, 반죽의 식감과 형태를 결정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및 지방 주요 재래시장은 내외국인 관광 코스로 꾸준히 선정되고 있으며, 길거리 음식 체험이 방문 목적 중 상위권에 포함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꽈배기나 찹쌀도넛이 단순한 옛날 간식을 넘어 하나의 경험이 되어가는 과정이 데이터로도 보이는 셈입니다.
간식의 유행은 돌고 돕니다. 한때 재래시장 구석의 일상이었던 것이 지금은 젊은이들이 줄 서서 먹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시장 골목을 지나다 노릇하게 튀겨지는 냄새가 난다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권합니다. 저는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아직도 할머니 생각이 납니다. 250원짜리 꽈배기 한 개가 꽤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대왕 꽈배기 한 개에 250원. 처음 이 가격을 접했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수십 년째 이 가격을 유지하는 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을 돌아다니던 기억을 불쑥 꺼내놓았습니다. 꽈배기와 찹쌀도넛. 우리 곁에 너무 오래 있어서 오히려 그 매력을 잊고 사는 간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