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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빵은 어떻게 만들까 (술빵의 유래, 레시피, 장인 기술)

by infotoyou 2026. 6. 23.

 

 

새벽 4시에 출근해 하루 3,000개의 빵을 손으로 빚는 부부가 있습니다. 목포 구청호 시장 골목 끝에 자리한 술빵집 이야기인데, 저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서 길에서 무심코 사 먹었던 술빵 한 조각이 다르게 떠올랐습니다. 막걸리 향이 은은하게 퍼지던 그 폭신한 식감 뒤에, 이렇게 긴 시간이 숨어 있었던 겁니다.

술빵의 유래 : 조선 왕실에서 시작된 발효빵, 증편

술빵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증편(甑䭏)이라는 전통 떡이 나옵니다. 증편이란 조선 시대 왕실과 사대부 가문에서 즐겨 먹던 발효 떡으로, 막걸리나 탁주를 반죽에 섞어 발효시킨 뒤 찜기에 쪄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요즘 말로 하면 발효종(starter)을 사용한 전통 방식인 셈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여름에도 떡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궁리하다 나온 결과물이 바로 이 방식이었습니다. 막걸리 속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이 반죽 안에서 젖산을 만들어내고, 이 젖산이 천연 방부제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유산균이란 당분을 먹고 젖산을 생성하는 미생물로, 이 젖산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해 식품 보존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술빵은 과학적으로 꽤 정교한 식품 보존 기술의 산물인 겁니다.

저는 어릴 때 할머니가 즐겨 드시는 술빵을 보면서도 막걸리가 들어간다는 이유 하나로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재래시장에서 뽀얀 김을 내뿜으며 갓 쪄낸 술빵 한 조각을 집어 먹었을 때, 그 폭신하고 쫄깃한 식감에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왜 그렇게 좋아하셨는지, 그제야 이해가 됐습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발효 과정에서 밀가루 속 글루텐 단백질이 일부 분해되어 소화 흡수율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흔히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 이유가 글루텐 때문인데, 술빵은 발효 과정에서 이 글루텐이 분해된 상태라 위에 부담이 훨씬 덜합니다. 어르신들이 유독 술빵을 좋아하시는 데는 단순히 추억 때문만이 아닌, 이런 소화 부담이 적다는 이유도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 3,000개를 만드는 손 반죽 레시피

목포 구청호 시장의 술빵집이 특별한 이유는 레시피에 있습니다. 임상배, 최은혜 씨 부부는 물 대신 우유를 반죽에 넣습니다. 박력분과 옥수수가루를 섞은 뒤, 거기에 황금 비율의 막걸리와 우유를 더합니다. 박력분이란 단백질 함량이 낮아 글루텐이 적게 형성되는 밀가루로, 찐빵이나 케이크처럼 부드럽고 가벼운 식감이 필요한 반죽에 주로 사용됩니다. 일반 강력분보다 쫄깃함이 덜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반죽이 완성되면 곧장 발효실(proofing room)로 들어갑니다. 발효실이란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반죽 안의 효모가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기계가 아닌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머니가 하시던 대로 뜨끈한 방에 반죽을 두고 이불을 덮어 자연 발효시킵니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숙성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감각으로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술빵을 만들어 본 건 아니지만, 이 대목에서 20년의 내공이 무엇인지 느껴졌습니다.

발효가 끝난 반죽은 모양을 잡고 2시간을 더 숙성시킵니다. 그 위에 동부콩, 완두콩, 견과류를 올린 뒤 솥에서 쪄냅니다. 화학 팽창제나 보존료 없이 오직 막걸리 효모(yeast)만으로 반죽을 부풀립니다. 막걸리 효모란 막걸리 속에 살아있는 효모균으로, 반죽 안의 당분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뿜어내 반죽을 부풀리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이산화탄소가 반죽 안에 갇혀 찜기 안에서 굳으면, 그게 바로 술빵 특유의 폭신하고 탄력 있는 공기층이 됩니다.

술빵의 핵심 재료와 공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박력분 + 옥수수가루: 부드러운 기본 식감 형성
  • 막걸리: 효모 발효로 반죽을 부풀리고 천연 방부 역할
  • 우유: 물 대신 넣어 영양과 풍미를 더함
  • 12시간 1차 발효 → 성형 → 2시간 2차 숙성 → 찜
  • 동부콩, 완두콩, 견과류: 고명으로 올려 비주얼과 맛 완성

6년 전부터는 둘째 아들도 합류해 힘쓰는 손 반죽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40여 분을 손으로 치대는 반죽이라니, 하루 3,000개를 만든다는 숫자가 새삼 다르게 다가옵니다.

사라져가는 장인 기술, 이 맛은 누가 이어갈까

술빵이 요즘 얼마나 보기 어려워졌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도심에서는 찐빵이나 만두 옆에 간혹 묶여서 팔리는 정도고, 재대로 된 술빵 전문점을 찾으려면 전통시장까지 발길을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포 구청호 시장 자체도 특이한 곳입니다. 아침에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는 곳이라 '도깨비 시장'이라 불리는 골목인데, 그 끝에 이 술빵집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손님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라고 하는데, 그게 단순히 추억의 맛이어서만은 아닐 겁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식품 분야를 관리하는 국립무형유산원에 따르면, 증편을 비롯한 전통 발효 떡류는 전승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분야로 분류됩니다(출처: 국립무형유산원). 쉽게 말해, 만드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록 막걸리가 들어가지만 오랜 찜 과정에서 알코올은 모두 증발하고 막걸리 고유의 향만 남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가 먹어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이런 빵일수록 기술이 제대로 이어져 장인이 더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부가 전 재산 천만 원으로 맨땅에서 시작해 20년 만에 새 가게로 확장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단순히 성공 스토리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술빵이 동아줄이 되어주었다는 그 말이, 이 빵 한 조각에 담긴 무게를 설명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전통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뽀얀 김이 올라오는 술빵 가게가 보인다면, 한 번쯤 멈춰서 드셔보시기를 권합니다.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긴 시간이 쌓인 발효의 맛이니까요.


참고: https://youtu.be/iJ14weYpxZk?si=IEdjauIBrD2Eri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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