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코 파이 하면 무조건 오리온이 1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초코파이보다 몽쉘에 훨씬 더 자주 손이 갑니다. 1991년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에서 출시된 몽쉘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장악하던 파이 시장에 완전히 다른 결로 파고든 과자입니다. 촉촉한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먹는 느낌 — 이게 몽쉘을 계속 찾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몽쉘통통에서 몽쉘로 — 이름에 담긴 이야기
혹시 이런 과자 이름이 프랑스어라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원래 이름은 '몽쉘통통'으로, 프랑스어 'Mon Cher Tonton'에서 왔습니다. 여기서 Mon Cher Tonton이란 '나의 친애하는 삼촌 혹은 아저씨'라는 뜻으로, 친근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동시에 담으려는 의도였다고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특이한 외래어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뜻을 알고 나서 꽤 센스 있는 작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1999년, 이 '몽쉘통통'이라는 이름에서 '통통'이 빠지게 됩니다. 당시 체중과 건강에 민감했던 여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통'이라는 두 글자가 다소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당시 시장에서는 간결한 두 글자 브랜드명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몽쉘'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게 된 것이죠.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 전략이 소비자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브랜드 네이밍이란 제품의 이미지와 타깃 소비자층을 고려해 이름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과자 하나의 이름 변경도 이렇게 치밀한 계산 아래 이루어진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초코파이 전쟁 — 몽쉘은 어떻게 살아남았나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 출시 이후 파이 과자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습니다. 달콤한 초콜릿 코팅 안에 마시멜로(Marshmallow)를 채워 넣은 구조인데, 여기서 마시멜로란 설탕·젤라틴·물 등을 섞어 만든 쫄깃하고 폭신한 텍스처의 충전재를 뜻합니다. 이 독특한 식감이 초코파이를 수십 년간 정상 자리에 올려놓은 핵심 요소였습니다.
그런데 초코파이의 아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경쟁사들이 단순 모방이 아닌 '다른 결'의 제품을 들고 나오면서부터입니다. 해태제과의 오예스는 사각형 케이크 시트에 초코 크림을 채워 기존 파이와 다른 방향성을 택했고, 롯데제과의 몽쉘은 빵 시트와 생크림 조합으로 고급스러운 케이크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초코파이보다 가격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몽쉘이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단순히 저렴한 것이 다 팔리는 시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느끼기에도, 몽쉘의 한 조각 케이크 같은 촉촉함은 초코파이와는 분명히 다른 카테고리의 만족감입니다.
이 경쟁의 법적 배경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리온은 1988년 유사 제품들에 대해 판매 금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초코파이'라는 명칭이 특정 브랜드의 고유 상표가 아닌 일반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출처: LiveWiki — 초코파이 상표권 분쟁). 쉽게 말해 '치킨'이나 '피자'처럼 누구나 쓸 수 있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 판결이 없었다면 롯데 초코파이도, 몽쉘도 지금의 방식으로 경쟁하기 어려웠을지 모릅니다.
이러한 파이 전쟁의 결과로, 각 제품이 시장에서 자리 잡은 차별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리온 초코파이: 마시멜로 충전재, 쫄깃한 식감, 1974년 출시, 시장 개척자
- 해태 오예스: 사각형 케이크 시트 + 초코 크림, 부드러운 텍스처로 차별화
- 롯데 몽쉘: 빵 시트 + 생크림, 높은 가격대에도 강력한 마니아층 확보
냉동 꿀팁과 몽쉘 라인업 — 제가 먹는 방식
몽쉘을 그냥 상온에서 먹는다면 솔직히 절반만 즐기는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여름철에 냉동실에 한 시간 정도 넣어뒀다가 꺼내 먹으면 겉의 초콜릿 코팅은 얇게 바삭해지고, 안쪽의 생크림 충전재(Filling)는 마치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고 단단하게 굳어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느껴집니다. 여기서 충전재란 과자의 내부에 넣는 크림, 잼, 마시멜로 등의 속 재료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냉동 몽쉘을 아메리카노 한 잔 옆에 두면, 카페 케이크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조합이 됩니다.
몽쉘은 제품 라인업 면에서도 꾸준히 확장되어 왔습니다. 오리지널 외에 카카오 함량을 높인 몽쉘 카카오, 딸기맛, 말차맛, 바나나맛 등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제 경우엔 말차맛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말차의 약간 쌉싸름한 뒷맛이 생크림의 달콤함과 생각보다 잘 어우러졌거든요. 오예스 역시 자색 고구마, 콜드 브루 등의 이색 플레이버(Flavor)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플레이버란 제품에 더해진 특정 맛이나 향의 방향성을 의미합니다. 이런 흐름 덕분에 만년 3위였던 오예스가 2020년 처음으로 몽쉘을 제치고 파이 시장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출처: 유튜브 참고 영상).
맛없는 카페 케이크를 굳이 사먹느니 몽쉘 두 개가 낫다는 생각, 저만 하는 게 아닐 겁니다. 이 정도면 파이 과자라는 카테고리를 넘어선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포지셔닝이란 소비자 마음속에 제품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를 뜻하는 마케팅 용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몽쉘통통이 왜 몽쉘로 이름이 바뀐 건가요?
A. 1999년에 변경되었는데, '통통'이라는 단어가 체중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동시에 두 글자 브랜드가 시장의 트렌드였던 점도 작용했습니다. 이름이 짧아졌을 뿐, 레시피나 맛의 방향성은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Q. 초코파이랑 몽쉘이랑 뭐가 진짜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충전재입니다. 초코파이는 마시멜로를 사용해 쫄깃하고 폭신한 식감이 특징이고, 몽쉘은 생크림을 사용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케이크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어떤 분들은 초코파이의 쫀득함을 더 선호하기도 하는데, 제 경험상 몽쉘 쪽이 아메리카노와 곁들이기에 훨씬 잘 맞습니다.
Q. 오리온이 초코파이 이름을 독점 못 한 이유가 뭔가요?
A. 오리온이 처음 상표 등록을 할 때 '오리온 초코파이' 전체로 등록했기 때문에 '초코파이'라는 단어 자체는 상표로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이후 소비자들이 '초코파이'를 특정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식품 종류로 인식하게 됐다고 판단했고, 결국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사가 되었습니다.
Q. 몽쉘 냉동해서 먹으면 진짜 맛있나요?
A. 제가 직접 해봤더니 상온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초콜릿 코팅이 바삭해지고 생크림 충전재가 아이스크림처럼 굳어서, 여름철 디저트로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됩니다. 다만 너무 오래 얼리면 빵 시트가 딱딱해질 수 있으니 30분~1시간 정도가 적당합니다.
결론
초코파이가 1위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반세기 가까이 시장을 지켜온 저력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몽쉘은 그 1위와 정면 승부를 피하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기만의 팬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영리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 하나 바꾸는 것부터 생크림이라는 다른 충전재를 선택한 것까지, 작은 결정들이 쌓여 30년 넘게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파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예스의 반격, 몽쉘의 라인업 확장, 오리온의 감성 마케팅까지 — 이 시장이 계속 살아있는 이유는 각자가 멈추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제 개인적인 선택은 변함없이 몽쉘입니다. 특히 냉동으로 즐기는 방식을 아직 안 해보셨다면 한 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