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닭강정과 양념치킨이 그냥 비슷한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스에 버무린 치킨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여겼는데, 인천에서 살던 시절 신포국제시장에서 처음 닭강정을 먹고 나서야 제가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신포국제시장, 그중에서도 43년째 자리를 지켜온 신포 닭강정의 맛은 제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닭강정 원조의 맛, 신포에서 직접 확인하다
일반적으로 닭강정은 그냥 달달하고 매콤한 치킨 간식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먹어보면 분명히 다릅니다. 닭강정의 핵심은 조청 코팅에 있습니다. 조청이란 곡물을 엿기름으로 당화시켜 만든 전통 감미료로, 단순한 설탕물과는 달리 점성이 강하고 식어도 굳으면서 코팅막을 형성합니다. 이 코팅막 덕분에 닭강정은 식을수록 겉이 과자처럼 바삭해지는 독특한 식감을 갖게 됩니다.
실제로 '강정'이라는 단어 자체가 조청에 버무려 단단하게 굳힌 전통 과자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한과의 일종인 강정에서 이름을 딴 요리로, 닭고기에 그 제조 방식을 접목시킨 것이 바로 닭강정의 시작입니다. 신포국제시장의 원조 가게는 원래 프라이드 통닭을 팔다가 물엿을 활용한 양념 방식을 개발하면서 지금의 닭강정 형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튀김옷의 풍미였습니다. 단순한 밀가루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카레와 비슷한 향이 났는데, 이는 강황(turmeric) 성분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강황이란 생강과 식물에서 추출한 노란색 향신료로, 항염 효과가 있는 커큐민 성분을 함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신포 닭강정 측은 별도 첨가물 없이 고유 양념 비법으로 낸 맛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그 정확한 비법은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습니다.
닭강정 맛집
저는 신포 닭강정과 속초 만석닭강정을 모두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매콤한 맛이 더해진 신포 쪽이 더 입맛에 맞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닭강정으로 유명한 지역을 꼽자면 다음 세 곳이 대표적입니다.
- 인천 신포국제시장 신포 닭강정: 닭강정의 원조, 43년 역사, 칼칼한 매운맛이 강점
- 속초 중앙시장 만석닭강정: 전국 택배 서비스를 대중화한 곳, 신포에서 비법을 배워갔다고 알려짐
- 영월 서부시장 일미닭강정: 은은한 단맛이 특징인 정석적인 스타일
만석닭강정도 맛있었지만, 더 칼칼하고 강한 매운맛을 좋아하는 저는 신포 쪽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향 차이가 분명히 있으니 두 곳을 직접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K-푸드로의 인기비결, 식품 과학으로 이해하기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의 닭강정은 'K-Popcorn Chicken' 혹은 'Sweet and Crunchy Chicke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 치킨 하면 양념치킨이나 후라이드가 먼저 떠오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이 닭강정에 반응하는 포인트는 조금 다릅니다. 뼈 없이 한입 크기로 먹을 수 있다는 점, 식어도 맛이 유지된다는 점이 특히 반응이 좋습니다.
이 식어도 바삭한 특성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마이야르 반응이란 열을 가할 때 단백질과 당류가 결합하여 갈변하고 고소한 향미를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으로, 튀김 요리에서 특유의 풍미와 식감을 결정짓는 핵심 원리입니다. 조청 코팅이 이 반응과 맞물리면서 닭강정 특유의 바삭하고 윤기 있는 겉면이 완성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K-푸드의 해외 수출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 추세에 있으며, 치킨류 가공식품의 수출도 이 흐름에 포함됩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닭강정처럼 상온에서도 식감이 유지되는 제품은 유통과 포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품목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게 단순한 길거리 간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꽤 탄탄한 식품 과학 원리 위에 서 있는 음식입니다. 가끔 서울 한강공원에 가면 닭강정을 포장해 온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유가 있습니다. 피크닉 음식으로서 닭강정은 거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식어도 맛이 떨어지지 않고, 포크나 이쑤시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 컵에 담아 들고 다니기도 편합하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튀김류의 안전한 보관과 섭취를 위해 조리 후 일정 시간 내 소비를 권장하고 있으나(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청 코팅이 수분 침투를 막아주는 닭강정의 특성상 일반 튀김보다 품질 유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깁니다.
신포국제시장에는 닭강정 외에도 60년 전통의 공갈빵, 40년 내공의 오징어튀김, 찹쌀가루 반죽으로 쫄깃한 타코야키까지 짧은 골목 안에 굵직한 먹거리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줄을 서서 포장해 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같이 가볍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천을 오래 살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신포시장이, 이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시장이 됐다는 게 새삼 신기합니다. 닭강정 하나로 이렇게까지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춰졌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해가 지면 제법 시원해지는 요즘, 닭강정 한 컵 포장해서 한강 공원 벤치에 앉아 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기분 전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