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먹기 전까지 반신반의했습니다. SNS에서 워낙 짧게 반짝이다 사라지는 유행 디저트들을 몇 번 겪고 나서, 버터떡도 그냥 비주얼용 음식이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요즘 디저트 유행은 빠르게 왔다가 사라지지만, 버터떡만큼은 그 짧은 시간 안에서도 충분히 기억에 남는 맛이었습니다.
버터떡의 유래: 상하이 버터떡
버터떡의 정식 명칭은 황유년고(黄油年糕)입니다. 황유년고란 중국의 전통 새해 음식인 녠가오(年糕), 즉 찹쌀로 만든 고형 떡에 버터를 더해 팬이나 오븐에 구워낸 디저트를 말합니다. 중국 상하이의 유명 베이커리에서 여행 기념품으로 인기를 끌던 음식이었는데, 국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상하이 버터떡'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제가 버터떡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겉모양이 휘낭시에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휘낭시에란 프랑스식 버터 케이크로, 밀가루와 아몬드 가루, 버터를 주재료로 하여 겉이 바삭하고 속이 촉촉한 직사각형 구움 과자입니다. 그런데 버터떡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한 입 씹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속에서 터져 나오는 쫀득함이 밀가루 반죽과는 전혀 다른, 찹쌀 특유의 점탄성(粘彈性)에서 오는 식감입니다. 점탄성이란 잡아당겼을 때 늘어나면서도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오려는 성질을 뜻하는데, 바로 이 성질 덕분에 찹쌀 기반 디저트는 씹을수록 쫀득한 느낌이 유지됩니다.
버터떡의 재료
재료를 따져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 찹쌀가루 (점탄성의 핵심 재료)
- 녹인 버터 (풍미와 바삭한 크러스트 형성)
- 설탕, 소금 (단맛과 간 조절)
- 우유, 계란 (수분과 결착력 보완)
- 베이킹파우더 (팽창제 역할)
구성만 보면 단순하지만, 제가 직접 여러 곳에서 먹어보니 만드는 곳마다 맛 차이가 꽤 납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 찹쌀 반죽의 노화(老化) 현상이 시작됩니다. 반죽 노화란 전분 구조가 굳어지면서 수분을 잃고 질겨지는 현상으로, 갓 구운 버터떡의 쫀득함이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하고 질긴 식감으로 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버터떡은 구입 후 최대한 빠르게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버터떡이 유행한 이유, 그리고 혈당까지 챙겨야 하는 이유
버터떡이 이렇게 빠르게 퍼진 배경에는 SNS 알고리즘 기반의 숏폼 콘텐츠 확산 구조가 있습니다. 한 가지 음식이 바이럴(viral), 즉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현상이 일어나면, 알고리즘은 관련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노출시킵니다. 그 결과 실제로 먹어보지 않아도 수십 번씩 영상으로 접하게 되고, 나중에는 먹기도 전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전쿠는 두 달, 버터떡도 열흘 남짓 주목받은 뒤 새로운 유행템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이렇게 짧게 반짝이는 소비 패턴을 '픽셀 라이프(Pixel Lif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픽셀 라이프란 하나의 유행을 깊게 즐기기보다 짧고 빠르게 소비하고 다음 유행으로 넘어가는 생활 방식을 뜻합니다. 불경기와 취업난 속에서 가볍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찾는 심리가 이 트렌드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터떡은 맛만 보고 넘어가면 될까요? 저는 맛있게 먹으면서도 한 가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찹쌀가루 베이스에 버터와 설탕이 듬뿍 들어가는 구조상,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혈당지수란 특정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찹쌀은 백미보다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버터떡 1개의 열량은 약 300kcal 내외로 알려져 있는데, 크기가 작다고 여러 개를 연달아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당류 과잉 섭취는 비만과 대사질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제 경험상 버터떡은 단 편에 속하는 간식이라 아메리카노나 녹차와 함께 먹는 것이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쓴맛이 버터의 풍미를 정리해 주고 단맛을 중화시켜 줘서, 한두 개 정도를 음료와 천천히 즐기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의 1일 당류 적정 섭취량은 총 에너지 섭취량의 10% 이내, 즉 약 50g 이하로 권고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해서 그 안에서 찾는 즐거움이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버터떡도 마찬가지입니다. 열흘짜리 유행이었다고 해도, 제가 직접 먹어본 그 쫀득하고 버터향 가득한 첫 한 입은 분명히 기억에 남습니다. 다음에 버터떡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갓 구워진 것을 고르세요. 반죽 노화가 시작되기 전, 그 짧은 타이밍에 먹는 버터떡이 진짜입니다. 이 글이 유행이 지나갔어도 버터떡을 한 번 먹어볼까 고민 중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