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가 준 선물 상자를 열었을 때 진짜 감자가 담겨 있는 줄 알았습니다. 올해 초 친구에게 받은 택배 안에 흙 묻은 것처럼 생긴 작고 울퉁불퉁한 덩어리가 들어 있었는데, 집어 들고 나서야 빵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춘천 감자빵, 사진으로 보던 것과 실제로 손에 쥐었을 때의 감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로즈감자와 쌀가루 반죽
처음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식감이었습니다. 일반 밀가루 빵의 폭신한 느낌이 아니라, 쫀득하면서도 차진 질감이 혀에 먼저 닿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겉 반죽은 쌀가루와 감자 전분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여기서 감자 전분이란 감자에서 추출한 녹말로, 가열하면 호화(糊化)가 일어나 특유의 쫄깃하고 투명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성분입니다. 쉽게 말해 떡이 쫄깃한 이유와 같은 원리입니다. 쌀가루와 조합하면 밀가루 반죽보다 수분을 더 머금고, 식어도 질겨지지 않는 장점이 생깁니다. 제가 직접 먹어봤을 때 냉장고에서 꺼낸 뒤에도 식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반죽 구성에 있었던 겁니다.
속재료에는 로즈 감자가 들어갑니다. 로즈 감자란 껍질이 붉은빛을 띠는 품종으로, 일반 감자보다 전분 함량이 높고 자연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수분이 적어 으깼을 때 포슬포슬한 질감이 잘 살아나는 품종이기도 합니다. 이 감자를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시중에서 구매한 감자를 쓰는 것과 직접 재배한 것을 쓰는 것은 신선도와 맛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겉면에 묻힌 콩가루와 흑임자 가루도 단순한 장식이 아닙니다. 흑임자란 검은 참깨를 말하며, 여기서는 빵 표면에 흙처럼 얼룩진 색감을 자연스럽게 내기 위해 콩가루와 혼합해 사용합니다. 처음 받았을 때 흙이 묻은 것처럼 보였던 게 바로 이 가루 덕분이었습니다. 단순히 모양만 흉내 낸 게 아니라 콕콕 눌러 울퉁불퉁한 표면까지 손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니, 사람의 세심한 손 기술도 들엉가는 빵이구나 느껴졌습니다.
감자빵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쌀가루와 감자 전분을 조합한 겉 반죽으로 쫄깃한 식감 구현
- 직접 재배한 로즈 감자를 사용해 포슬포슬하고 달콤한 속재료 완성
- 콩가루와 흑임자 가루를 겉면에 묻혀 실제 감자와 동일한 외형 재현
- 200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레시피
춘천 명물에서 구황작물빵 트렌드로 확산
이 빵이 단순히 '예쁘게 만든 간식'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처음 개발된 배경이 좀 남다릅니다.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유통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외면받던 감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농부가 200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간식 하나에 농업과 지역 상생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강원도 감자 생산량은 전국의 약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큰데, 그럼에도 비상품 감자, 즉 규격 외 크기나 흠집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걸러지는 감자의 비율이 상당하다고 합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감자빵은 이런 비상품 농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춘천 명물에서 구황작물빵 트렌드로 확산
제가 개인적으로 고구마빵도 구매해 먹어봤는데, 이 역시 진짜 고구마를 그대로 재현한 외형에 속은 존득한 고구마 소로 꽉 차 있어 감자빵 못지않게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처럼 구황작물빵이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생겼을 만큼, 감자빵이 일종의 원형이 되어 고구마빵, 옥수수빵 등으로 파생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구황작물이란 흉년이나 식량이 부족할 때 주식을 대신했던 작물로, 감자·고구마·옥수수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담백하고 건강한 원재료를 강조하는 긍정적 맥락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자료에 따르면 웰빙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 유래 원료를 활용한 가공식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감자빵처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은 해외 수출 품목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춘천의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빵이 서울 대형 백화점 식품관과 대형마트 냉동 코너에서 판매되고, 온라인으로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 흐름이 그냥 생긴 일이 아니라는 걸 데이터가 뒷받침해주는 셈입니다.
달고 자극적인 간식이 당길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감자 본연의 포슬포슬한 질감과 은은한 버터 향이 어우러지는 맛이 이렇게까지 중독성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평소에 감자를 즐겨 먹지 않는 편인데도 자꾸 손이 가는 맛이었습니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니라 재료 자체의 맛이 중심을 잡아주니 남녀노소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간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춘천에 직접 가게 된다면 갓 만들어 나온 감자빵을 현지에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온라인이나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과 현지에서 바로 집어 드는 것은 분명 다를 테니까요. 이미 감자빵을 맛본 분이라면 고구마빵도 함께 비교해보고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제 경험상 둘 다 한 번에 사서 나란히 먹어보는 게 가장 재미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도 강원도 여행을 가게 된다면 춘천에 들러 꼭 감자빵을 현지에서 사먹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