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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십원빵 알고 먹기 (다보탑, 십원빵의 반죽, 황리단길)

by infotoyou 2026. 6. 23.

 

 

경주 황리단길을 처음 걸었을 때, 솔직히 뭘 먹을지 한참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골목 어귀에서 막 구워 나오는 십원빵을 보자마자 발이 자연스럽게 멈췄습니다. 10원짜리 동전을 그대로 빵으로 옮겨놓은 비주얼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경주 여행에서 가장 먼저 입에 넣은 간식이 십원빵이었는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한 입 베어물자마자 바로 확인됐습니다.

십원빵 안에 다보탑이 숨어 있다

십원빵을 받아 들고 가만히 살펴보면, 앞면에는 숫자 '10'과 발행 연도가, 뒷면에는 다보탑(국보 제20호)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귀여운 모양 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재 유통 중인 10원 동전 뒷면에는 실제로 다보탑이 새겨져 있습니다. 다보탑은 통일신라시대인 751년(경덕왕 10년)에 불국사 경내에 세워진 석탑으로, 정형화된 신라 석탑 양식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화려한 구조를 지닌 국보급 문화유산입니다. 십원빵은 바로 이 10원 동전의 도안을 그대로 빵 틀로 구현한 것입니다.

도안(圖案)이란 상품이나 제품의 형태, 모양, 외관에 사용된 시각적 디자인 요소를 말합니다. 화폐 도안은 법적으로 보호받는 영역으로, 원래 규정상 영리 목적의 무단 복제는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십원빵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은행과의 저작권 갈등이 불거진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소상공인의 영업권 보장과 지역 관광 상품의 가치를 고려하여 화폐 도안 이용 기준이 개정되었고, 이후 정식 간식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아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원빵의 반죽 : 찰보리 반죽과 모짜렐라 치즈의 조합

제가 직접 먹어보니, 십원빵의 맛은 비주얼 이상이었습니다. 반죽에 경주 특산물인 찰보리가 들어간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찰보리는 일반 보리보다 점성이 높은 품종으로, 쉽게 말해 씹을수록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나는 곡물입니다. 실제로 먹어보면 델리만쥬나 핫케이크와 비슷한 부드러운 식감이 나면서도, 씹다 보면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올라옵니다.

안에 들어가는 필링(filling)은 단팥이나 슈크림이 아니라 통 모짜렐라 치즈입니다. 여기서 모짜렐라 치즈란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생치즈로, 가열하면 실처럼 길게 늘어나는 특유의 용융성(溶融性)이 특징입니다. 용융성이란 열을 가했을 때 재료가 녹아서 흘러내리거나 늘어나는 성질을 말하는데, 피자에서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바로 그 현상입니다. 갓 구워진 십원빵을 한 입 베어물면 치즈가 주욱 늘어지면서 고소하고 풍부한 맛이 입안을 채웁니다. 다보탑의 역사와 서양의 맛이 한데 어우러진 느낌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요?

십원빵을 맛있게 먹으려면 반드시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먹어야 합니다. 식으면 치즈가 굳어버려 늘어나는 재미도, 풍미도 반감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십원빵을 맛있게 즐기기 위한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받은 즉시 뜨거울 때 바로 먹기 (치즈가 굳기 전에 섭취)
  • 베어물 때 천천히 당겨서 치즈 늘어나는 재미 느끼기
  • 앞뒤 문양(10 숫자 / 다보탑)을 확인한 후 먹으면 더 맛있음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이 생긴 이유

십원빵을 먹으며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리단길 골목 안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은 '임금님이 거닐던 거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주의 황(皇)과 서울 경리단길의 이름 구조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젊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이 거리를 걷다 보면 오래된 주택가 골목 사이사이로 카페, 소품샵, 사진관이 들어서 있는 독특한 풍경과 마주하게 됩니다. 한옥(韓屋)거리인 황리단길 일대는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던 한옥 밀집 지역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이 현대식 아파트로 이주하고 빈 자리가 생겨났는데, 그 공간이 문화 거리로 재탄생한 것입니다.황리단길은 지역 고유의 건축 양식과 역사적 맥락을 살리면서 변화한 덕분에 다른 인기가 있는 길들과는 약간 다른 감성을 가집니다.

거리를 걷다보면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나 봤을 법한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도 여럿 볼 수 있엇습니다. 제가 어릴 때 한옥집에 살아서 그 느낌과 추억이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는 국가지정 문화유산 보유 수 기준으로 전국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도시로, 도시 전체가 사실상 야외 박물관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출처: 국가유산청).

경주에 갈 계획이 있다면 유적지 동선에 황리단길을 꼭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십원빵 하나를 손에 들고 다보탑 이야기를 떠올리며 걷는 것, 그게 경주 여행의 가장 좋은 시작 방법입니다.


참고: https://youtu.be/zXb8fpEGhFQ?si=HaZi6xhiCWWnHj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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